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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향하여/사례조사

[안도다다오 : 부처의 언덕] 공간의 극적인 연출을 위한 과감한 시도

요쏘이쏘이 2024. 4. 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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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3년 여름, 홋카이도 지역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렌트를 하여 이동하는 여행이라 움직임이 자유로운 덕분에 대중교통으로 가기 힘든 건축물을 보러 가보기로 했다.

그 중 하나가 삿포로 근교에 위치한 부처의 언덕이었다.

부처의 언덕은 사람들이 평상시에 많이 이용하는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이고 종교적인 건축물이다.

일상적인 건축물과 다르게 상징적인 의미로 디자인되는 이러한 건물은 보다 더 극적이고 강렬한 공간감을 주는 것을 의도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이미 4,000톤의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석불이 존재하는 와중에 여기에 극적인 공간감을 불어넣는 다는 것은 

엄청난 상상력과 고민이 들어가는 일일 것이라 생각이 된다.

 

1. 가는 길

부처의 언덕은 마코마나이 타키노 묘지라는 일본 최대 규모의 민간 추모공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차로 이동해야만 하는 넓은 면적의 공원에 많은 묘지들이 있다. 묘지 영역 안에 들어서더라도 금방 부처의 언덕을 찾기란 쉽지 않다.

지도를 찍고 따라 운전해가다보면 멀리서 부처의 머리가 언덕 위에 빼꼼 드러내는 것이 보이고, 그것을 등대삼아 따라갈 뿐이다. 

외국인 중에서는 건축을 전공하는 이들만이 추모 이외의 목적으로 방문하리라 생각이 들 만큼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묘지만 있다.

삿포로 시내에서도 상당히 떨어져 있어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 방문하는 것을 추천하고,

대중교통 또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우므로 웬만하면 렌트를 하는 것을 추천한다. 

 

2. 건축가 안도다다오

건축가 안도다다오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유명한 건축가이기에 자세한 정보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이 건물을 리뷰하며 생각해 본, 이 건물을 구현하는데 있어 특별히 여겨지는 안도다다오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안도가 제도권 내에서 건축을 전공하지 않은 복싱선수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건축가가 되었다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독학과 답사로 건축을 배웠다는 그는 답사 그 자체가 스승이었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는 것은 타성적인 일상을 떠나 깊게 사고를 하는, 자신과의 대화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답사를 통해, 고대부터 당대까지의 건물을 스승으로 삼아 두루 경험하면서 그 속에서 깊은 사고를 하여 쌓인 공부가 자신의 것으로 재가공되어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냈다는 것은 이번 포스트의 주제인 부처의 언덕에서도 잘 느껴진다.

 

3. 생각의 흐름과 모티프

디자인 의뢰 시 “어떻게 하면 저 돌부처가 더 엄숙하면서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서 깊은 존재로 보일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았고 안도다다오는 곧바로 자신이 경험했던 인도의 아잔타와 중국의 둔황의 석굴을 생각했다고 한다. 

바위에 뚫린 구멍에서 들어오는 희미한 빛에 반짝이는 거대한 석조 불상을 만난 공간적 경이,

그 경험을 홋카이도의 웅장한 풍경 속에서 재현해 내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아이디어였다. 


 묘지를 가보면 넓은 대지에 야트막한 언덕들이 있고, 산책과 드라이브를 하기 좋도록 형성되어 있다.

거기에 부처의 언덕 근처에는 신기하게도 모아이석상과 실제 크기의 스톤헨지 등 다양한 시대와 장소의 기념비적인 석조물이 나란히 있다.

안도는 이곳에 이 석조물이 주변환경과 더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통일된 조경 계획을 제안함과 동시에

공원에 상징적으로 있는 높이 13.5m, 무게 1,000톤의 석불을 위한 예배시설 계획을 의뢰받았다. 

Ajanta-Ellora Caves

 

4. 공간에 대하여

기존의 불상을 처음 보았을 때, 안도는 아름답게 마무리된 흠 없는 머리를 하고 공터에 완전히 노출된 채 앉아있는 불상이 주변과 다소 어울리지 않고 어색해 보였다고 한다.

웅장함에 걸맞은 더 큰 영성을 발산하는 예배 시설의 일부가 되도록 하기 위해 안도는 이 불상을 묻어버리기로 했다.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때 떠올렸던 동굴 사원의 공간에 대한 인상을 바탕으로

안도는 라벤더를 심은 언덕으로 부처님의 머리 아래까지 덮는 아이디어를 제안한 것이다.

풍경과 함께 어우러져 묻어버리면서 만든 야트막한 라벤더 언덕은 자연과 영적인 요소가 잘 융합되어 관람객들로 하여금 풍경으로 감동을 준다.  거기에 언덕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부처의 머리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까지 함께하며,

불상으로 다가갈수록 엄숙한 느낌과 초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4. 스케치

불상을 덮어버리기로 결정하고, 안도는 그 방법에 대해 다양한 방식의 고민을 거듭했다.

어떻게 덮을것인가?

그림과 같이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해 본 것을 알 수 있다.

사찰형태에서부터 언덕까지, 언덕 중에서도 초록언덕일지, 보라색언덕일지.

완전히 덮어서 석굴의 효과를 기대할 것인지, 오픈하여 풍경속에 보이도록 할 것인지.

가장 감동적인 효과를 위해 많은 고민과 시도를 한 것에서 느껴지는 것은, 안도는 건축가이자 위대한 연출가라는 것이다.

 

5. 설계

외곽은 둥그스름하고 완만한 언덕을 만들되 그 내부를 지탱하는 구조는 갈비뼈 형태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지탱을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수공간을 지나 불상으로 다가가는 40미터의 터널은

CIP(Cast in Place) 콘크리트 뼈대가 원의 1/6 아치를 이루며 형성하며 뾰족하게 접혀진 형태들이 완만한 커브를 형성한다.

아치디테일

그리고 불상을 감싸는 로툰다는 안쪽으로 60도의 각도로 기울어진 벽이 둘러싸고 있다.

 

아래는 진입공간부터 부처의 언덕까지 골조를 볼 수 있는 아이소메트릭이다.

출처 : domus

 

이상으로, 부처의 언덕 공간에 대한 몇 가지 의미를 정리해 보자면,

  • 묻혀있는 불상: 부처상 전체를 매장하여 언덕에 라벤더를 심어 부처상 머리만 보이도록 설계함으로써 신비롭고 존경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언덕에서 솟아오르는 부처의 머리는 강렬한 시각적 효과를 주며, 땅에서 등장하는 부처라는 느낌을 준다.
  • 라벤더 언덕: 라벤더 언덕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언덕의 색상변화 또한 다채로운데, 봄에는 녹색, 여름에는 연보라색,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는 지역의 특성상 은백색을 띄게 된다. 
  • 진입로 및 수공간: 북동쪽 접근 경로와 수로 정원은 방문객들에게 신성한 경계를 넘어가는 전환을 돕는 장치이다. 접근 경로를 따라 움직이는 동안, 방문객들은 수로와 벽 사이를 거닐면서 물을 둘러싼 산책로를 통해 초기 축으로 돌아오게 된다. 수로 정원은 방문객들이 일상적인 영역에서 비일상적인 영역으로 이동하는 동안 마음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 역할을 한다. 그런 다음, 그들은 언덕의 앞면에 뚫린 터널을 통해 도착하게 된다.
  • 터널과 회랑: 터널은 어둠에 싸인 자궁을 떠오르게 하는 시리즈의 아크로 구성되어 있다. 방문객들이 터널 끝의 40미터를 지나갈수록, 부처의 전체 모습을 볼 수 없고 먼저 터널에서 나와 부처 회랑으로 들어가 하늘에서 비추는 빛 아래에 서서 고개를 꺾어 올려다보아야만 부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지붕이 없는 회랑: 부처 회랑은 지붕이 없는 오픈 공간이다. 이곳은 햇빛뿐만 아니라 비, 바람, 눈과 같은 자연의 요소를 직접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러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 요소는 방문객들이 부처와 만나는 공간에 신성한 느낌을 풍부하게 부여한다. 바람, 햇빛, 눈과 같은 자연적 요소를 건축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공간을 더욱더 극적으로 만드는 안도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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