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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일기장

[일상]폭풍같던 9월을 보냈다.

요쏘이쏘이 2022. 10. 2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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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일상
9월 말에 마감인 현상에 8월부터 투입되었다. 그래서 9월은 정신없는 한달을 보냈다. '현상'은 '현상설계'의 줄임말로 건축설계에서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공모전 같은 걸로 생각하면 된다. 프로젝트에 따라 기본 제안서 수준에서부터 계획안의 디테일한 정도, 공사비, 공법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계획을 함께 제출해야 하는 것이 있는데 이번 현상은 공공현상이고 계획의 수준이 기본계획과 공사비 정도였다. 건축설계에서 공모를 내서 설계사를 뽑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계획에 있어 참신함과 새로운 디자인을 함께 제안받겠다는 것이다. 또한 기간이 있는 프로젝트라 기간 내에 퀄리티와 디자인까지 함께 뽑아내야하는 점이 있어 단기간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는 프로젝트로 여겨져 "나 이번에 현상해"라고 하면 다들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곤 한다.

그런 와중에 9월 초부터 추석까지 코로나에 걸려 뜻밖에 격리와 중간휴식의 날을 보냈다. 바쁘게 일하던 와중에 잠깐의 휴식이었지만 코로나 증상과 후유증으로 인해 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코로나 격리 직후부터 현상은 마감을 향해 달려가서 줄야근에 주말출근까지 겹쳤다. 격리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있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매우 괴롭고 체력적으로 부침이 심했다. 그러나 불평하기에는 다같이 일하는 팀원들도 야근하는 상황에 나는 일주일을 쉬고온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감히 '나는 코로나에서 회복되는 중이라 집에가겠다'라고 말할 수 없었고 함께 9월 말까지 줄야근을 했다. 회복이 되지 못한채 야근을 하다보니 면역력이 떨어져서 점심시간마다 밥대신 병원을 다녔다. 마지막 1-2주는 거의 대중교통을 타지 못하고 새벽에 택시로 퇴근했다. 퇴근길 택시로 한강을 지나면서 동영상을 찍어 기록해 두었다. 눈도 겨우 뜨고 집에 가는 와중에 한강과 주변 건물의 야경은 아름답게 보이는게 참 역설적인 상황이라고 느껴졌다.

디자인 프로젝트라는게 여럿이서 한 목표를 향해 작업을 해나가는 것이다. (물론 그 여럿 위의 헤드가 있어 그분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그분이 원하는 바를 구현해내는 것 또한 현상 프로젝트에서 큰 어젠다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계획대로 결과물이 착착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고 피드백과 수정, 까임, 다시수정 작업의 연속이다. 현상은 몸만 지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다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현상은 건축설계 사이클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결과를 볼 수 있어 호흡이 짧은 프로젝트 유형에 속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다. 그러나 그만큼 몸을 집중해서 갈아넣기 때문에 끝나고 나면 온몸을 보수공사 해야하고, 기껏 운동하면서 고쳐놓았던 뼈와 근육들은 다시 망가져서 오랜만에 운동을 가면 처음 운동하는 것 같고 그렇다.

마감 2주전부터 팀원들끼리 이야기할때면 '자고 일어나면 10월1일이 되어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항상 했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던 9월이 끝나고 현상도 마감이 되었으며 비교적 평화로운 10월을 보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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